
글쓰기 루틴이 왜 필요한가?
은퇴 이후의 삶은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이 자유가 때로는 무기력감, 목적 상실감, 혹은 나태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했던 생활이 사라지면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반복되기도 하고, 의욕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쓰기 루틴이 필요해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루틴은 지속성을 만들어 줍니다. 반복되는 행동은 뇌에 습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단순히 “언젠가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매일 혹은 정해진 날에 글을 쓴다”라는 고정된 행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실제로 ‘매일 몇 문장을 쓰거나, 정해진 시간에 쓰기를 한다’ 같은 규칙은 글쓰기 자체를 일상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둘째, 루틴을 통해 창의성과 집중력이 강화됩니다. 글쓰기는 ‘영감이 떠오를 때만 한다’ 식으로 되면 결국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기 쉽습니다. 반면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글쓰기를 한다면, ‘이 시간은 글쓰기 모드’라는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집중 상태에 진입하기 쉬워집니다. 예컨대 아침에 커피를 마신 후 30분 글쓰기, 혹은 저녁에 하루 일과를 마친 뒤 20분 글쓰기처럼 짧고 규칙적인 시간이 쌓이면 글쓰기라는 활동에 뇌가 적응하게 됩니다.
셋째, 루틴은 정신적 안정감과 자기 효능감을 제공합니다. 규칙적으로 글을 써서 나만의 글이 조금씩 쌓여간다는 느낌은 ‘나는 여전히 뭔가를 하고 있다’라는 자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은퇴 이후 자기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는 시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루틴이 주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은 불확실한 삶의 흐름 속에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 이후 글쓰기를 새로운 창작 루틴으로 삼는 것은 단순히 ‘취미 활동’ 차원을 넘어 삶의 리듬을 재정비하고, 나만의 목소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됩니다. 물론 루틴을 만든다고 해서 매일 완벽한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매일 조금씩, 혹은 정해진 날에 꾸준히’ 하는 데 있습니다. 이 점을 마음에 두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면 좋겠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루틴 설계하기
글쓰기 루틴을 실제로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나의 생활 패턴, 집중 가능한 시간대, 그리고 쓰기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시간대와 공간의 설정
먼저 나의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세요. 은퇴 이후라 해도 식사 시간, 휴식 시간, 가족과의 시간, 취미 시간 등이 존재할 겁니다. 이 중 글쓰기에 적합한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커피 한잔과 함께 조용히 20분 글쓰기, 혹은 오후 산책 후 의자에 앉아 30분을 쓰기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매일 혹은 매주 같은 시간대에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면 뇌가 “이 시간에는 글을 쓰는 시간이다”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트리거'(cue)를 설정하는 습관 수립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공간 역시 중요합니다. 글쓰기용으로 고정된 장소(책상, 의자, 카페 등)를 정해두면 그 장소 자체가 글쓰기 신호가 됩니다. 위 있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글쓰기 모드’로 전환되기 쉬워집니다.
분량과 목표의 설정
다음으로는 글쓰기 세션마다 목표를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예컨대 “매번 300자 이상 쓴다”, “30분 이상 앉아 글을 쓴다”, “1주일에 글 1개 초안을 완성한다” 등의 구체적인 목표입니다. 이러한 작은 목표들은 큰 글쓰기 프로젝트(예: 블로그 시리즈, 에세이, 회고록 등)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됩니다. 더욱이 정해진 목표가 있으면 시작이 쉬워집니다. 왜냐하면 “오늘 뭐 쓸까?”라는 막막함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글쓰기 루틴에 대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완벽함을 목표로 하기보다 일단 앉아서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꾸준함을 위한 전략
루틴을 설계했으면 이를 지켜가기 위한 전략들이 필요합니다. 우선, 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길거나 크거나 완성도를 높이려 하다 보면 지치기 쉽습니다. 예컨대 하루 글쓰기 10분, 또는 한 문단이라도 쓰겠다고 마음먹는 것으로 시작하세요. 그리고 서서히 시간을 늘려가면 됩니다.마지막으로, 유연성을 갖추는 것도 잊지 마세요. 계획대로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오늘은 대신 10분만 쓰자”처럼 유연하게 대응하면 루틴이 깨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시각적 추적입니다. 달력에 체크하기, 앱에 기록하기, 글쓰기 스탯을 매주 돌아보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내가 “얼마나 글을 썼는가”를 볼 수 있으면, 나태해질 때 다시 시작하기 쉽습니다. 또한, 스스로의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글쓰기 세션을 마친 뒤 좋아하는 차 한잔, 음악 듣기, 산책 등을 보상으로 삼으면 습관이 강화됩니다.
이처럼 시간대·공간·목표·추적·보상의 요소를 고려해서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설계하고 지켜나가면, 은퇴 이후에도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습니다.
루틴을 지속하고 성장시키기
루틴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겼다면, 이제는 그것을 지속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글쓰기 루틴이 단기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나의 습관’으로 자리잡게 만드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반복과 적응
습관 형성 연구에 따르면, 반복은 습관이 자동화되기 위한 핵심입니다. 매일 혹은 정해진 날에 글쓰기를 지속하면 뇌는 점차 적응해 나가며 글쓰기 시간이 덜 고민되게 됩니다.
그러나 반복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활 리듬과 환경이 바뀔 수 있으므로, 루틴도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계절이 바뀌거나 가족과의 일정이 달라질 때 글쓰기 시간이나 장소를 유연하게 바꾸되 ‘글쓰기한다’라는 핵심은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자가 피드백과 기록
루틴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피드백 및 기록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매주 말에 “이번 주 글쓰기 몇 회 했는가?”, “내 글에서 좋았던 부분은 무엇인가?”, “다음 주에는 무엇을 바꿔볼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쓰는’ 것에서 나아가 ‘성장하는’ 글쓰기가 됩니다. 기록된 글을 되돌아보면 나의 변화가 눈에 보이고, 그 변화가 동기부여로 작용합니다. 또한, 성장 궤적을 확인하면 루틴이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새로운 도전과 확장
루틴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다음 단계로는 도전과 확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매일 쓰던 단문 글쓰기를 주간 리뷰 형식으로 바꿔보거나, 블로그에 정기 연재를 기획해보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혹은 쓰기 스타일을 변화시켜서 인터뷰 형식, 에세이 형식, 취미 기록 스타일 등으로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루틴이 단조로워지지 않고 새로워지며 글쓰기 자체에 대한 흥미가 유지됩니다.
또한, 독자 연결이나 커뮤니티 참여 같은 외적 요소를 루틴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매월 말에는 댓글 읽고 응답하기”, “다음 달에는 SNS로 글 공유하기”처럼 루틴을 넘어선 활동을 포함시키면 글쓰기 루틴이 더욱 의미 있고 브랜드화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루틴을 지속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예상보다 글이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는 “그래도 앉아봤다”, “오늘은 짧게라도 썼다”라는 긍정의 언어를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 연구에서는 루틴이 완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 > 완벽성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은퇴 이후 글쓰기 루틴이란 ‘작은 습관이 쌓여 삶의 리듬이 된다’는 과정입니다. 루틴이 자리잡히면 글쓰기는 더 이상 “언제 하지?”라는 고민이 아니라 “이 시간에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그렇게 쌓인 글과 경험들은 나만의 브랜드로 가는 밑거름이 되며, 은퇴 이후의 창작 여정에 의미를 더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