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 나는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었을까?
스마트폰 없이 3일을 살아보기로 결심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에이, 뭐 그냥 안 보면 되지"였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니 불안감이 먼저 찾아왔다. 나는 평소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한다. 알림, 메시지, 오늘 날씨, 뉴스, 심지어는 오늘 기분까지도 스마트폰 앱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있었다. 하루에 몇 번이나 폰을 들여다보는지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지만, 체감상 100번도 넘게 손이 간다. 이쯤 되면 의존이 아니라 중독에 가까운 상태였다.
챌린지를 앞두고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고, 노트북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급한 연락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미리 알렸고,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는 종이책, 아날로그 시계, 그리고 공책과 펜 정도였다. 평소 같으면 심심할 틈 없이 영상 콘텐츠나 SNS 피드를 넘기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그 모든 자극이 사라지니 오히려 낯선 불안함이 밀려왔다.
실험 전날 밤, ‘내가 왜 이걸 하려고 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스마트폰에 지배당하고 있었는지를 몸소 체험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이건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알아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3일간의 디지털 디톡스가 시작되었다.
3일 동안의 변화: 불편함, 혼란, 그리고 뜻밖의 평온
첫날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았다. 하지만 곧 비행기 모드로 꺼져 있는 것을 보고, ‘아 맞다, 디톡스 중이지’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진공처럼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아무 뉴스도, 메시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고립감으로 다가왔다. 사람들과 단절된 느낌이 불안감을 키웠다. ‘혹시 중요한 연락이 왔을까?’ ‘내가 없으면 뭔가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불안함은 점심쯤 절정에 달했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지루함을 없애주는 만능 해결사였다는 걸 절감했다. 밥을 먹을 때도, 이동할 때도, 대기할 때도 늘 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공백을 다른 걸로 채워야 했다. 결국 나는 오래된 소설책을 꺼냈고, 오랜만에 종이에 글을 써봤다. 처음엔 집중이 잘 안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틀째는 조금 달랐다. 첫날의 초조함은 조금 가라앉고, ‘이대로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게 울리던 알림이 없으니 마음이 덜 분주했고, 산책을 할 때도 괜히 음악을 틀지 않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봤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주변 풍경, 사람들 말소리, 나무 흔들리는 소리. 세상이 이렇게 조용하고 풍성한 곳이었나?
셋째 날은 오히려 아쉬움이 들었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하루가 길게 느껴졌고, 그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요가 스트레칭을 따라 해보고, 일기까지 쓰게 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마트폰 없이도 충분히 '채워지는' 하루가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디지털 없이도 괜찮을 수 있다는 작은 확신
3일간의 실험이 끝나고 다시 스마트폰을 켰을 때, 폭발적인 알림 세례가 쏟아졌다. 메시지, 이메일, 각종 앱의 알림이 화면을 빽빽하게 채웠고, 나는 본능적으로 알림을 하나하나 눌러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과정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스마트폰 없는 삶의 평온함을 경험한 후라서일까? 도리어 화면을 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건 어렵다. 업무, 소통, 일정 관리까지 모두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느낀 건 ‘스마트폰은 도구이지 삶의 중심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기계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이후 나는 몇 가지 작은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알림은 대부분 꺼두었고, SNS 사용 시간도 하루 한두 번으로 제한했다. 침실에는 스마트폰을 두지 않고,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도 버렸다. 대신 커피 한 잔과 함께 10분간 명상을 하거나, 책 몇 쪽을 읽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 종일 정신이 맑고 평온하다.
결국,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한 '금욕'이 아니라 '자유'였다.
정보에서, 자극에서, 끊임없는 비교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리듬을 찾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꼭 한 번쯤은 이런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이 스마트폰에 지배당하고 있었고, 그걸 놓는 순간 삶이 조금 더 내 것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